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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에세이'에 해당되는 글 15

  1. 2011/08/08 마이 코리안 델리 (1)
  2. 2007/09/13 두나's 도쿄놀이
  3. 2006/12/07 이노베이터 (2)
  4. 2006/11/03 자전거 여행
  5. 2006/10/20 행복한 수고 (3)
2011/08/08 23:15

마이 코리안 델리 즐거운 책읽기/에세이2011/08/08 23:15


미친 듯이 이 책을 소개하고 다녔지만 반응은 별로였다. 적어도 회사 안에서는 말이다(사람들이 유머가 없어!!!). 아무튼 좀처럼 '흥이 난' 내 모습을 보지 못하는 아내는 달랐던 것 같다. 아직 한두 시간은 읽을만한 분량을 책날개로 표시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이 책을 동시에 읽기 시작했고, 아이들을 씻기는 손에 나와 같은 흥을 담아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재밌다'고 말한다. '잘 쓴 글은 아니지만...'이라는 사족을 달긴 했지만 말이다.

이 책을 막 다 읽었다. 그리고선 생뚱맞게도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 흥미있어 하는 기준 중의 하나가 '충돌'임을 새삼 깨닫는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그 '충돌' 때문이다. 전쟁 3부작과 로마인이야기 2부 '한니발 이야기'가 읽은 책의 전부이긴 하지만 그녀의 출중한, 생생한 글쓰기 능력만큼이나 그 소재 자체에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동양과 서양, 두 문화의 충돌, 바로 그것이다.

'마이 코리안 델리'는 그런 점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책과 비슷한 감흥을 준다. 그 무슨 어거지냐며(특히 시오노 나나미의 광팬이라면)따질 분이 혹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 이주민의 새로운 역사를 썼던 한국인 장모와 함께 델리를 운영했던 이야기를 그야말로 미주알 고주알 써내려가는 '샌님(아내의 표현대로라면)'의 충돌은 가부장적인 문화가 흔적이 아닌 현실로 만난 청교도 출신의 글쟁이 사위의 푸념과 호소와 애정어린 고자질이 눈 앞에 보일 듯 생생하게 살아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문학과 사람, 어쩌면 뉴요커의 삶 자체를 사랑한 듯 보이는 조지와 가게 점원 드웨인, 그리고 그 주변의 이야기는 생생하다 못해 눈물겹다. 그래서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같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명언, 혹은 격언을 기어이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글 비슷한 것을 써서 먹고 사는 내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단 한 가지다. 글을 재밌어야 한다는 것, 심장의 박동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사는 것, 그리고 읽는 것은 즐거운 일임을 읽는 독자들에게 환기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난 주말 아들이 읽던 로알드 달의 소설(우리의 챔피언 대니)을 펼쳐들었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썼길래 아홉살 짜리가 일요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서너 시간을 숨도 안 쉬고 책을 읽게 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이 이야기는 나중에 포스트로 올릴까 한다).

아무튼 책장을 막 덮는 순간, 아내에게 이 말만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팬티 바람으로 편집실을 서성이던, 저자가 오픈한 델리의 점원으로 일해보기를 진심으로 흥분해마지 않으며 바랬던 '파리 리뷰'의 편집장이자 보스였던 조지가 어느 날 아침 심장 마비로 일어나지 못했으며, 하이네켄 12개를 매일 마시며 작가의 유일한 친구로 표지 모델을 장식했던 드웨인 역시 동맥류로 짧았던 이 생의 마지막을 장식해야만 했다는 사실을. 400여 페이지를 가뿐히 넘기는 이 책의 촘촘한 활자 속에서, 넘을 듯 말 듯 넘실대던 웃음과 울음, 희극과 비극의 교차점 사이에서의 아쉬운 여행을 마무리하며 오랫만에 서평 하나를 끝까지 써본다.

내 삶의 어떤 부분이 코리안 델리의 소박함, 절박함, 간절함과 다른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스스로 자문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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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2007/09/13 14:00

두나's 도쿄놀이 즐거운 책읽기/에세이2007/09/13 14:00

두나's 도쿄놀이
배두나 글.사진/테이스트팩토리

오늘 점심은 라면으로 떼우고 서점엘 다녀왔다.
1시간도 안되는 시간이니 딱히 깊이 있는 책 읽기는 글렀다.
잠시 배회하다가 배두나의 도쿄놀이라는 책을 들었다.
사진집에 약간의 에세이가 가미된 형식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다가
다소 괴짜같은 이 여배우의 글쓰기가 궁금해 자리에 앉아 마저 읽었다.

트렌디하다.
즐겁다.
인생 참 가볍다.
요즘 아이들 좋아하겠다.
부럽다.

간간히 스쳐간 생각들이다.
자유로운 인생의 자유로운 사진 찍기, 글쓰기, 그리고 인생살이...
스쳐가는 바람솔이도 심각하게 고민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그래서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다.

일본에 대한 그녀의 묘사중에서 인상 깊은 대목이 있는데
바로 일본 사람들은 점심시간만 되면 자기 도시락을 받아갖고는 각자 식사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다른 블로그 글들을 통해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두나씨는 그게 참으로 신기하고 이상했나보다.
하긴 왁자지껄한 우리 식사문화를 생각하면 삭막하기 그지 없는 풍경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 속에서 일본인들만의 여유와 사색을 발견한다.
우리는 떨어져 있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굳이 무리를 짓는다.
그렇게 어울려 사는 것이 미덕이자 '바람직하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럴까?

이 에피소드가 위안이 되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내 성격에 기인해서다.
나는 이렇게 가끔씩 혼자 책읽고 혼자 밥먹는 것이 즐겁다.
사람과 어울려 사는 삶이 왜, 그리고 어떻게 좋은 것인지를 나이를 먹으며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혼자일 때가 편안하고 좋다.
때론 행복하다.

한국사람이, 일본사람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단지 라이프 스타일과 문화가 다른 것일 뿐...
그래서 위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내가 틀리고 이상한게 아니었으니까.

자유로움.
그것 하나를 낯선 책 한권에게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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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2006/12/07 20:35

이노베이터 즐거운 책읽기/에세이2006/12/07 20:35

트렌드를 창조하는 자 이노베이터
김영세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좋은 책이란 지친 사람에게 힘을 주는 책입니다.
어떤 분야의 책인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상에 지쳐 퇴근할 시간만을 기다리는 이에게 다시 소매를 걷어 부치게 할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 치이며 무료한 하루를 보내는 주부에게 웃음을 되찾아줄 수 있다면...
단순히 높은 점수를 받는데 지친 아이에게 선명한 미래의 어느 하루를 보여줄 수 있다면..
그런 책이 훌륭한 책입니다.

이 책은 어떤 성공한 디자이너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성공’이라고 할 만한 기억들을 여럿 지닌 사람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에는 여유가 있어 보이고, 사람과 일에 대한 애정이 묻어납니다.
단순한 디자이너가 아니라 경영과 마케팅의 원리까지 체득한 구루의 모습을 본 듯 하다가도
한 나라의 국민으로써 뿌듯한 애국심까지 보일 때는 당황스럽습니다.

열정이란 이런 것인가요?
제가 하고 있는 일들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있건만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내가 하는 일에 더 큰 애정과 열심을 가지고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니 말입니다.

어릴 적 문득 친구네 집 책장에서 꺼낸 책 한 권이 이 사람의 일생을 바꿔 놓았습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여러 조건들이 분명히 큰 힘이 된 건 사실이겠지만 같은 조건임에도 성공하지 못한 숱한 사람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는 그 첫 마음을 지킬 줄 아는 순수함을 아직도 지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그가 이룬 것보다 ‘보이지 않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일이든 그것은 세상의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되지 않을 소중한 가치를 그 속에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내가 할 일은,
그 숨어있는 가치를 피와 땀으로 끄집어 내어 열정으로 윤 내는 일일 것입니다.

지쳐 있다면 꼭 이 책을 읽어 보세요.
힘이 날 것입니다.
당신이 디자이너가 아니라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내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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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2006/11/03 14:04

자전거 여행 즐거운 책읽기/에세이2006/11/03 14:04

자전거 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생각의나무

나는 '칼의 노래'를 1권밖에 읽지 못했다. 재미없어서가 아니었다. 내가 아는 최고의 영웅이 현실속으로 살아서 돌아왔을때, 그리고 그 삶이 질퍽이는 땀과 눈물로 점철되어 있음을 너무나 생생하게 느꼈기 때문에 차마 2권을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 책 '자전거 여행'을 잡았을 때는 나름대로 이 작품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을, 그리고 기대를 했었다. 살과 피가 튀는 치열한 전쟁터가 아니라 일상의 삶속에서 과연 작가는 어떤 생각을 하고 그것을 또 어떻게 표현해낼까 싶었다. 그리고 그 책을 거의 다 읽어가는 지금 내 꿈이 참으로 야무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분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곳곳마다 숨겨진, 혹은 낯선 이야기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뛰쳐 나온다. 그 사람은 도산서원의 퇴계선생님이기도 하고, 남해바닷가의 이순신장군이기도 하다. 의상과 원효대사의 숨은 러브 스토리에 가슴 짠해지기도 하고 마지막 남은 가마에서 도기를 굽는 낯선 장인의 이야기에 자뭇 서글퍼지기도 한다. 한장의 사진이 상관없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인물과 풍경의 이미지로 그치겠지만, 그 사진속의 주인공들에게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은 법이다. 작가 김훈은 그래서 단순한 여행기를 뛰어 넘는, 에세이라고 부르기에는 정말 미안한 이 한권의 책을 땅속에서 캐내고 물속에서 길어올렸다.

가벼운 책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이 사람의 책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지나가는 한그루 나무에서도 의미를 찾고 한번 만나고 지나갈 촌부들에게서도 삶의 진지함을 끌어내려 하니,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의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을만큼 힘들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빠져드는 것은 그의 글이 가진 치열함만큼이나 공감의 울림이 큰 탓이기 때문이리라.

어느 책에선가 우리나라의 소설 주인공들이 왜 죄다 출판사 편집자냐고 볼멘 소리를 하는 말을 들었다. 그 책은 젊은 소설가들이 취재없이 자기 주변의 경험만 가지고 쉽게 책을 쓴다고 그런 푸념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김훈의 책은 이 한권의 책에서 수십개의 소설과 전기와 시집을 끌어낼 수 있을만큼 체험도 감동도 깊고 넓다.

한국문학에 내린 한줄기 축복이라는 평이 전혀 버겁게 느껴지지 않는 이 분이 모쪼록 더 많은 족적을 앞으로도 남길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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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2006/10/20 13:49

행복한 수고 즐거운 책읽기/에세이2006/10/20 13:49

행복한 수고
테리 그린 지음, 신혜경 옮김/해피니언

이 책을 읽다 보니 떠오르는 몇사람이 있습니다.

고등학교때였던가요? 무슨 일인가로 집에 가지 못하게 되자 저는 근처 친구집에 전화를 해서는 하룻밤 신세지자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 동네라는 것만 알았지 자세한 위치까지는 몰랐기에 천천히 약속한 장소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저만치서 가로등 불빛을 뒷짐지고 달려오는게 보였습니다. 약간은 긴장한채 멈칫거리는 틈에 그 친구가 헐떡이며 달려와서는 내 손을 잡았습니다. 발에는 급하게 신은듯한 슬리퍼가 걸려있었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 친구는 웃고 있었는데, 나는 아직도 그 웃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왜 굳이 뛰어나와야만 했을까? 특별히 친하다고도 할 수 없고 밤늦은 방문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문밖에 나와서 기다리는 것도 감사할 마당에 달려오다니... 그후로도 그 친구랑 특별한 기억이 더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유독 그 장면은 제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최근에 만났습니다. 둘째를 낳고 나서 산후조리를 할 곳이 마땅챦았던 우리부부에게 구세주 한 분이 나타난 것입니다. 교회에서 같은 훈련을 받던 분인데 그 분이 처음 우리집에 와서 둘째를 손수 씻겨주실때만 해도 그런 일이 매일 반복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우리집 사정을 눈치 챈 집사님이 매일 첫째 서원이를 데리고 저녁늦게까지 놀아주신 것입니다. 그것도 본인집에서...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는지 올때마다 뭔가를 들고 오는 서원이의 얼굴은 어린이집을 다녀왔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신나보였습니다. 아내는 진짜 신앙의 모습이 무엇인지,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이렇게 실감나게 배운 적은 없다고 여러번 고백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이웃들에게서 진정한 삶의 기쁨과 행복을 생생하게 맛본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숱하게 나오는 우화집처럼 기승전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인간관계에 관한 거창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나 평범한 일상속에서 퍼올린 글들이라 마치 남의 일기를 훔쳐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의 사소한 수고들은 누구나 생각은 했을지언정 선뜻 옮기지 못했던 실천들이 대부분입니다. 제게는 그것이 오히려 더 비범한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이 가진 진정한 힘이자 진짜메시지입니다.

아이를 둘 가지게 되고 맞벌이로도 힘들다는 서울생활을 외벌이로 버티는 동안 몸도 마음도 점점 여유가 없어짐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아내는 아내대로 하나일때와 다른 두아이의 엄마로써, 자신의 한계와 자주 맞딱뜨립니다. 관심도 열정도 수고도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만 매몰되어가지만 그것은 밑이 없는 독과도 같아서 답이 없는 채로 점점 미궁으로 빠져듭니다. 하지만 이 책은 명쾌하게 제안합니다. 답을 내어놓습니다. 이웃을 위해 행복하게 수고하라. 그러면 너 자신은 물론 이 세상도 좀 더 살만해질 것이다.

이 책을 공원에서 두번째로 읽는 동안에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최근에 이혼을 했었는데 남편이 심장마비로 올해 9월에 세상을 떴다는 것입니다. 하나 있는 딸은 소아정신과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아내는 이 글에서 소개드렸던 집사님께 아이를 맡기고 친구네 집에 다녀오겠다 합니다.
"꼼짝말고 거기 있어! 내가 당장 내일 너한테로 달려갈께"
이렇게 윽박질러놓고 내게 전화한 것입니다.

좋은 책이란 감동을 주는 것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실제로 사람을 움직이게 합니다. 자신의 문제에만 매몰되기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의외로 답은 다른 이를 향한 사랑과 헌신과 작은 수고에서 나옴을 가르쳐 줍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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