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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소설'에 해당되는 글 15

  1. 2008/04/24 리버보이
  2. 2008/04/22 천 개의 찬란한 태양
  3. 2006/11/30 향수
  4. 2006/09/28 어스시의 마법사
  5. 2006/09/12 홍어
2008/04/24 22:37

리버보이 즐거운 책읽기/소설2008/04/24 22:37

리버 보이 - 6점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다산책방


사실 이 책을 처음부터 읽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급하게 부산으로 출장 갈 일이 생기면서 기차역 개찰구를 통과하기 직전 몇 안되는 책들 가운데서 기억속에 있고 얇은 책(노트북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우니까)으로 고른 책이 이 책이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광고란 것이 이렇게 사람들의 뇌리속에 각인시키는 마력이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되기도 한다.


아무튼...

이 책은 이른바 ‘성장소설’이다.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와 이제 막 삶이란 것의 의미를 고민하게 되는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

충분히 익숙하다 못해 상투적인 이 이야기의 무엇이 해리포터를 제치고 카네기 메달 상을 받게 만들었을까.

그래도 소설 초반의 매끄럽고 따뜻하고 유려한 문체 때문에 이야기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소설, 처음부터 끝을 예상케하는 평범한 구성이 자꾸만 걸렸다.

임종을 얼마 앞두지 않은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행, 그 여행지가 할아버지의 고향인데 주인공 소녀는 강에서 수영을 하다 검은색 머리를 하고 검은색 바지를 입은 한 소년을 만난다. 이쯤되면 이 아이가 곧 이 세상을 떠나게 될 할아버지의 분신이라는 것쯤은 쉽게 알아차리게 된다. 얘기가 이렇게 진행된다면 극적인 반전이나 스토리 자체의 매력을 기대하긴 힘들다. 역시나 소설이 중반부에 이르자 지루함이 일어 책을 덮었다. 아주 재미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3시간짜리 기차여행을 잊게 해 줄 정도로 다이나믹한 이야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책이 필요해지는 다른 장소, 다른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출장 온 부산의 벡스코 안에선 더 깊은 지루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별 수 없이 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광안대교를 지나 다다른 해운대는 수십개의 타워팰리스로 스카이라인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동양최대의 백화점이 지어지고 있는 중이고 넓은 도로와 높은 빌딩, 그리고 그 회색빛을 틈틈히 매운 야자수와 이름 모를 푸른 나무들. 다시 꺼내들었을 때 오늘로 이 책을 다 을 수 있게 되리란 걸 직감했다.


나는 쉽게 이야기의 상투성을 말하지만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또한 없다. 인생을 어떻게 책 한권으로 배우겠는가 하겠지만 살아놓고도 깨닫기 어려운 것이 또한 삶의 의미 아니던가. 일견 지루한 이 이야기를 조금만 참을성 있게 따라가다 보면 작은 감동을 만나게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소녀는 할아버지의 분신인 리버보이와 대화를 시작하고 또 둘만의 경험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그 경험의 끝에서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죽음이라는 숙명의 슬픔과 두려움을 비켜가게 하는 매력이 소설안에 있다. 그리고 한가지 지혜를 깨닫는다. 우리 모두의 삶이 언젠가 다다르게 되는 넓고 평온한 바다와 같은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있음을.


결국 주인공 가족이 할아버지와 함께 한 여행은 그들의 마지막 여행이 되었다. 그러나 소녀에게는  또 다른 세상,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 되기도 했다. 만약 이 책의 독자가 나이가 많다면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더 마음이 쓰였을 테고, 좀 어리다면 소녀의 이야기에 더 공감이 갔을테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그 여행은 결국 한 곳에서 끝나는 것을.


잠 안 오는 여름날 밤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덜 지루하게 이 소녀의 여행을 함께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니 이 책을 일고 싶다면 먼저 긴 호흡으로 책 한권을 읽을 수 있는 시간부터 먼저 만드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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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2008/04/22 20:37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즐거운 책읽기/소설2008/04/22 20:37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10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현대문학

이 책은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얘기들을 나눌 수 있는 책이다.
우리 와이프처럼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생활)좌파들에겐 미국에서 이 책이 잘 팔린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외교관 출신의 자제가 미국에서 와서 의사로 성공하고, 그렇게 문명화된? 시각에서 자신의 조국을 바라본다... 어쩌면 이 책이 미국인들의 죄책감을 어느 정도 씻어주고 있다고 지나친 해석이라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씨는 이 책의 '상투성'을 지적하고 있는데 미려한 문체만큼이나 이러한 정치적인 해석도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준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오노 나나미의 전쟁 3부작을 매우 흥미롭게 읽은 나로써는 또 다른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된다.
아프간 뿐 아니라 아랍의 여러 나라들이 어떠한 나라인가.
한 때 서양의 찬란한 문명들과 맞짱을 뜨며 어쩌면 우리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의 문명을 가졌던 나라들이 아닌가.
이 책의 도입부만 읽어봐도 제목이 주는 '찬란한' 이미지들이 눈 앞의 그림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빈부의 차는 있지만 지금처럼 사막에 모래만 날리고 무자비한 살상만이 가득한 테러의 나라, 혹은 문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그 찬란했던 문명과 그 속의 사람들은 대체 어디로 증발해버리고
미움과 증오, 전쟁과 테러만이 가득한 오늘날의 아프간, 혹은 중동이 되었는지 조금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사람이리라.
세상 어느 곳에나 사람이 살고 있고, 또 그 사람은 여러 모양의 자신의 십자가를 진 채 그렇게 살아간다.
전혀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생각과 고민으로 살아갈 것 같은 사람들에게서 내 가족, 내 이웃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면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유익으로서 충분하지 않을까.

사람에게 발견하는 절망과 희망,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그것이 또 다른 희망일 수도 있고 절망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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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2006/11/30 21:06

향수 즐거운 책읽기/소설2006/11/30 21:06

향수 (양장)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열린책들

오랫동안 소설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시간 낭비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없는 시간 쪼개어 읽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소장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간간히 도서대여점에서 빌려 읽었었다. 내 생각이 옳다는 게 아니다. 내가 목표로 하는 '실용적 책 읽기'의 기준에서 보면 두고두고 읽는다거나 밑줄을 긋는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소설은 한번 읽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그랬다.

그러던 어느 날 네이버 '오늘의 책'에서 최고의 덧글 수를 단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과연 요즘 사람들은 어떤 소설에 열광하는가 싶어 간만에 소설책을 주문했는데 바로 그날 와이프가 이 책을 밤을 세워 읽어 버렸다. 그것도 극찬에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와이프와 나는 책을 고르는 기준이 매우 다르지만 나는 와이프의 책 고르는 수준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책 읽기의 무력함'에 대해서 사무칠 정도로 어린 시절 많은 책을 읽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무튼 간만에 제대로 마음 잡은 책 읽기가 시작되었다.

과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언어일까? 아니면 시각이나 청각을 통한 교감? 그도 아니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육감? 그러나 저자는 특이하고 '냄새' 즉 '후각'에 집착한다. 사람과 모든 사물이 가지고 있지만 인간이 맡을 수 있는 그 한계가 너무도 명확한 미지의 영역을 집요할 정도로 파고 든다.

소설의 줄거리는 눈물 날 만큼 간단하다. 후각에 대해서는 천부적인 감각을 지녔으나 사람과의 진정한 교감을 가지지 못한 채 자라난 주인공이 무려 스물 다섯 명의 앳된 소녀들을 살해해서 궁극의 향수를 얻는다는 이야기이다. 이 향수의 위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살인범으로 사형을 집행 당하는 광장에서 몇 천명의 인파들이 '절대 이 사람이 살인자일 리 없다'는 확신으로 전부 온전한 정신을 잃어버린다. 다시 말해 미쳐버리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토록 딸을 지키고자 했던 딸이 살해당한 소설 인물이 그를 보살피고 아들처럼 아끼고 사랑하게 되어버리는 장면이다.

이 소설의 결말이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보다는 이 소설을 쓴 사람의 배경에 더 관심이 갔다. 들리는 얘기로는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칩거생활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나는 이토록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이 단절된 세계를 묘사한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그는 향기로 말하지 않았느냐고. 그 말도 옳다. 그러나 그 향기는 자신만이 느끼고 감탄하고 교감할 수 있는 세계였다. 주변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세계였기에 그가 가진 소통의 도구는 아무런 의미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오로지 '향수'란 이름으로 사용되고 이용될 따름이었다.

이 소설이 소문대로 영화화 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이 세상에 나올까. 나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인간의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잔혹하고 잔인하며 이기적인 존재이니까. 그러나 그렇다 해서 이 소설 속의 이야기를 또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일은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다. 놀랍고 새롭기는 하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고서는 행복해질 수도, 사랑할 수도 없다. 차디찬 시멘트 바닥 위에 벌거벗은 몸으로 누워 있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새로움으로 인한 감탄 치고는 알듯 모를 듯 내 영혼이 상처받은 느낌이다. 남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엄살 떨 생각은 없다. 그냥 나는 그렇다는 말이다.

어쩌면 이것도 교감을 잃어버린 내 영혼만의 향기는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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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향수
Posted by 박요철
2006/09/28 20:18

어스시의 마법사 즐거운 책읽기/소설2006/09/28 20:18

어스시의 마법사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황금가지


판타지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확실히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오히려 철학적인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아성찰적인 내용의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마법은 크게 의미가 없다.
겨우 1권을 읽은 상태지만 '죽음'이라는 인간의 한계와 맞부딛혀 가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그런 소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루해할 듯 하지만 나같이 '생각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뜻밖의 발견이었다.
추석이나 휴가 때 나머지 권들을 찾아읽어봐야겠다.

그나저나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게드 전설'은 왜 그렇게 흥행에 실패한 걸까?
소설을 보면 그럴법 하다는 느낌도 들긴 하지만...
그래도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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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2006/09/12 13:56

홍어 즐거운 책읽기/소설2006/09/12 13:56



홍어
김주영/ 문이당

눈덮힌 고즈넉한 시골마을에 어머니와 아들 둘이 살고 있다.
매운 손끝의 어머니는 삯바느질로 바람 나 떠난 아버지의 빈곳을 메우고 있지만 더 이상의 절망도 없어보이는 삶을 어렵사리 고단하게 지탱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눈오던 날 '삼례'라는 처녀가 집 부엌으로 숨어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야기는 이 집과 마을을 크게 떠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왔다 떠나면 그 사람 때문에 또 다른 사람이 왔다가고,
그 와중에 벌어지는 어머니와 아들, 또다른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이 책의 절반을 넘기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지루하지가 않다.

진짜 칼싸움의 고수들은 단 1합도 겨루지 않은채 상대의 빈곳을 찾아 정적과 싸운다.
그들의 싸움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 칼이 부딪히는 것보다 더 처절한 법이다.
동네 여자와 바람이 난 집을 떠난 남편을 기다리는 주인공의 어머니,
그녀는 이 소설이 끝날때까지 독자들을 자신의 이 싸움속으로 한없이 끌어들여놓고는 혼자 소리없이 사라져버린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에 얼이 반쯤 빠져서 소설 앞장을 자꾸 뒤적이게 된다.
졸면서 읽었거나 건너뛰어 읽은 건 아닌가 확인해보는 것이다.

확실히 소설의 구성과 진행은 동서양이 다르다.
빈곳을 참지 못하며 채우려 드는 서양 소설들에 비해
김주영과 같은 우리나라 소설가들의 글은 마치 여백으로 가득한 수묵화를 바라보는 듯 하다.
글자만을 쫓아가선 안된다.
소설의 여백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이 책은 한없이 지겨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여백을 제대로 짚어가기 시작하면 어떤 추리소설보다 팽팽한 긴장감을 맛볼 수 있다.

어제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를 읽다가 이 여백들에 숨어있는 한없이 많은 이야기들에 넋이 빠진 경험이 있는지라 이 리뷰를 쓰기가 그렇게 어렵진 않다.

무슨 일이 있었던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숱한 싸움과 화해 갈등을 쫓아가다보면 다른 이들을 조금은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것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 이 소설속으로 빠져들어가 생각해봐도 크게 다르지 않은 진리다.

문제는 누가 이들의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해줄 수 있는가이다.
이들은 다른 이가 아니라 우리의 할아버지였고, 할머니였고, 또 아버지, 어머니였다.
그래서 그게 더 가슴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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